국회가 행정입법 손 보는 게 뭐가 이상한데?

존나 기사들만 퍼와서 김철수가 위헌이라네, 장영수가 뭐라네... 그래서 뭐 어쩌자는 겁니까? 무슨 어린 애들 싸움도 아니고. 서로 자기 아빠가 더 잘났다고 자랑하나요? 아무리 뉴밸이 쓰레기통이라고 해도 저딴 바이트 낭비는 인터넷에 대한 모욕입니다. 그래서 당신들 생각은 뭐냐고요.

입법권은요, 애초에 국회가 가지는 거예요. 정부가 대통령령이니 뭐니 만드는 건 다 그냥 그 수단에 불과합니다. 이게 대전제입니다. 법률이란 큰 틀은 국회의 일이고, 세부적인 규칙을 만드는 건 정부의 일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면 그 본질을 망각하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 국회가 세세한 것까지 일일이 다 하긴 힘드니 어떤 부분들은 정부에 맡기는 것뿐입니다. 그러니 정부가 국회가 법을 만들면서 의도한 것과 영 다른 시행령을 내놨다, 그러면 통제를 하는 게 당연하죠. 영국처럼 의회가 그 자체로 주권을 대변하는 곳은 당연히 정부의 행정입법을 의회가 거부 혹은 승인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고, 미국의 의회도 심사를 통해 불승인 결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도 옛날에는 아예 거부해버릴 수도 있었는데 바뀐 거지요. 우리나라 법학자들이 아주 천조국처럼 떠받드는 독일도 일정한 조건 하에 연방의회에 동의권, 변경권, 폐지권을 주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어떻냐. 삼권분립 삼권분립 하고 떠들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의 권력구조의 균형은 행정부 쪽으로 확 기운 채로 남아 있습니다. 왜냐, 애초에 나라 세우고 수십년 동안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는 독재국가였으니까 그렇지요. 국회가 사실상 대통령을 위한 거수기 역할만 하던 게 불과 30년 전입니다. 지금은 그래도 상황이 많이 달라져서, 행정입법에 대해 국회의 상임위원회가 심사를 하긴 합니다. 그런데 상임위원회가 "니들이 만든 시행령이 왜 이러냐?"라고 정부에 따져 물어도, 그게 강제력이 저언~혀 없습니다. 이번 국회법 개정은 그걸 고치기 위한 거예요. 강제력을 염두에 두지 않고 개정하려고 했다, 이거 내가 보기엔 개소리입니다. 당장 정부에 재갈을 물리려 한 건 아니라 해도, 최소한 이후 제도 보완을 통해 더 엄격히 통제를 하려 깔아둔 사전포석으로 봐야지요.

헌법 제107조 2항을 들고 나오면서,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는 사법부의 권한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것도 헛소리죠. 법원이 그에 대해 판단하는 경우는 그 명령이나 규칙이 법률이나 헌법에 반하지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에 한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정리하면, 난 이번 국회법 개정이 위헌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헌법학자들? 애초에 그들도 법조계 인간들입니다. 정부의 행정입법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법원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게 자기들 혹은 후배들 밥그릇, 권위를 챙기는 데 훨씬 이득이 된다 이 말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기들 권력을 키우려는 국회의원 나으리들 편을 드는 건 똥 피하려다 똥차에 치이는 격이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는데, 어쨋건 내가 생각하기엔 국회가 이 문제에 있어서는 더 큰 통제권을 가지는 게 옳다고 봅니다. 




덧글

  • 나인테일 2015/06/02 04:01 #

    입법의 고삐는 국회에서 쥐는게 원칙적으로 맞겠죠.
  • 긁적 2015/06/02 10:02 #

    사실 해당 개정안보다 더 강하게 행정입법을 통제하는 국가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최소한 삼권분립 어쩌고 하는 건 개소리죠. 그럼 영국 미국은 삼권분립 안 되고 의회독재가 이루어지는 나라임? (....)

    다만 헌법 75조에 보면 대통령의 권한으로 국회에서 위임받은 것 또는 법률 집행에 필요한 것에 대해 대통령령을 만들 수 있다고 되어있습니다. 이 때문에 해당 개정안이 강제성을 띨 경우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권한이 침해될 수 있지요. 실제로 헌법학 교수들 이야기 찾아보면 강제성 있으면 위헌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꽤 많이들 동의하고 있습니다. 해당 개정안 자체에 헌법적 문제가 없다고 보는 학자들 중에서도 '강제성이 있으면 위헌인데 강제성이 그렇게 강한 것 같지 않으니 위헌은 아님' 이런 입장 취하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뭐 물론 자세한 해석은 헌법 공부한 양반들이 해주겠지만 -ㅅ-;;;

    여튼. 원칙대로 들어가면 입법의 권한은 입법부에 있는게 맞고 그런 측면에서는 이번 개정안에 문제가 없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뭐 저는 못 믿어서 생기는 문제가 있다고 보긴 합니다만 이건 좀 다른 이야기고.;) 하지만 현재 헌법상 문제가 될 소지는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음에 안 들면 헌법 75조 고쳐야죠 뭐..;;

    PS : 국회법 개정이 위헌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해당 법안이 옳다고 가정해도 위헌일 수 있습니다. 헌법이 잘못되어있다면 옳은 법도 헌법에 위배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 jaggernaut 2015/06/02 11:11 #

    미국의 행정명령은 우리나라와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쟤들은 의회에서 반대입법 하기 전까지는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의 행정명령제도 도입이면 헌법개정부터 해야겠군요.
  • dunkel 2015/06/03 08:01 #

    맞습니다. 다만 비교법적으로, 정부입법에 대한 통제수단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말하기 위한 비교법적 예시였으니 양해 바랍니다. 조금 더 적자면, 위임입법의 한계를 명확히 적고, 그에 대한 통제수단 역시 마련해두고 있는 독일식 모델이 우리나라에 참고가 되리라 봅니다.
  • jaggernaut 2015/06/02 11:20 #

    참고로 미국이 필리버스터로 인하여 사실상 60%찬성을 요하는 제도임에도 우리처럼 막장으로 국회파행이 되거나 정부마비가 일어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저 행정명령권 때문입니다.

    우리처럼 야당이 수틀린다고 의회를 버리고 나가면 대통령이 맘대로 행정명령으로 제도 시행을 하면 되고, 무조건 타협은 없다고 우기면 역시 행정명령으로 제도 시행을 하면 그만입니다. 반대입법에는 마찬가지로 60% 찬성시 비로소 필리버스터 무효화가 가능하니 소수자인 야당은 막을 방법이 없죠.

    그래서 그럴바에는 타협을 통해서 이쪽 주장을 반영시키려고 하거나 상대당을 설득해서 대통령에게 반대하도록 만드는 겁니다. 대통령도 자기의 정책을 입법화해서 다음 대통령이 바로 무력화시키거나 새로운 의회가 쉽게 빈댕입법을 하는 상황을 막을 동기가 있으니 그런 타협에 응하죠.

    쟤들도 과거에 국회폭력사건이 꽤 많았고, 심지어 연장들고 때린 케이스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의 모범을 민든건 제도의 힘도 큽니다.
  • 스텔 2015/06/02 12:37 #

    대통령제 하에서의 '행정'에 대한 이해없는 사람이
    쓰레기통이니 바이트의 낭비니 운운하며 마스터베이션 하는 거 보니 웃기네요.

    한국의 권력구조가 행정부에 쏠려있다는 말 자체에서 존나 웃고 감.
  • dunkel 2015/06/03 07:52 #

    넌 또 뭔가요? 선문답이라도 하자는 거냐? 뜬구름 잡는 소리만 쳐해놓고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네.
  • 카샤피츠 2015/06/02 12:57 #

    양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이네요. 흠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