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병? 뭘 근거로?

"우리 아이는 못 먹이겠다"… '햄버거포비아' 확산


이미 인터넷 여론재판관 나리들은 저 아이가 병에 걸린 이유를 햄버거라고 판결내렸다. 그런데 그 근거가 대체 뭔가?

아이가 햄버거를 먹고 두 시간 후 설사를 시작했다. 이거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1. 햄버거 패티가 덜 익어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한 게 전혀 없지 않나. 김현정의 뉴스쇼 기사를 보면 HUS를 유발하는 게 분쇄육인 것으로 단정 짓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O-157은 무슨 고기에만 사는 그런 균이 아니다. 우유, 채소, 쥬스 등을 통해서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왜 맥도날드만 뭇매를 맞냐 이거다.

2. 정작 아이가 먹은 햄버거는 돼지고기 패티를 사용했다고 한다 -_-... 소고기가 HUS를 일으키는 O-157균의 감염 경로가 된 이유는 O-157이 소의 똥에서 주로 발견되는 균이기 때문이다. 비위생적인 도축 과정에서 소고기가 균으로 오염되고, 소고기를 분쇄하는 과정에서 오염된 균이 패티 내부로 혼입되며, 그 덜 익은 패티를 먹으면 걸리게 되는 것. 물론 앞에서 말했듯 돼지고기라 해서 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가능성이 훨씬 낮은 건 사실이다.

3. 아이가 햄버거 먹고 불과 두 시간 후 설사를 시작했다는 부분은 오히려 맥도날드가 원인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한다. O-157의 경우 오염된 음식을 먹고 증상이 나타나기까지는 보통 사나흘의 잠복기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먹고 두 시간 만에 설사 증상이 일어났다면? 그날 당일이 아닌 이전에 먹은 다른 음식들에서 원인을 찾아볼 생각은 안 하는 건가?

4. 그 외에도 뭐 맥도날드는 조리하는 알바들이 비숙련자라 패티가 덜 익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야기도 있는데, 그러면 씨팔 동네 백반집이나 다른 식당들은 뭐가 다른가? 비숙련자? 식당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이 뭐 그리 대단한 기능 인력이라고 ㅋㅋㅋ 나는 그냥 식당들보다 패스트푸드점을 더 신뢰한다. 반찬 재활용은 일상이고, 종업원들 위생 관념은 내다 버린 일반 식당. 식재료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조리법은 메뉴얼화되고, 처음 들어오면 교육시키고, 수시로 새니타이저 사용해가며 일하는 맥도날드. 어디가 낫겠냐?

물론 정확한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모르는 거다. 그런데 아직 제대로 된 조사도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변호사가 기자회견까지 해가며 "햄버거병" 운운하는 것이 정상인가? 이런 사례들을 너무 많이 봐서 솔직히 지겹고, 그다지 호의적인 눈으로 볼 수가 없다. 기사의 댓글들은 이미 아주 맥도날드가 범인인 걸로 단정 짓고 광란을 하고 있더만...


아. 그리고 이거랑 별개로, 애한테 햄버거 먹였다고 또 부모한테 지랄지랄하는 새끼들은 또 뭔지 모르겠네.



덧글

  • 대범한 에스키모 2017/07/07 15:11 #

    헠 저번주에만 맥도날드 햄버거 2번은 먹은거 같은데
    저도 이제 배에 구멍이 생기는건가요 ㅜㅜㅜㅜ
    아싸 뱃살빠진다<<<
  • 헬센징 2017/07/07 16:41 #

    비과학적 광기는 이 나라에 만연하니까요.
  • 명탐정 호성 2017/07/07 16:43 #

    광우병 제2탄
  • 나인테일 2017/07/07 17:19 #

    애한테 햄버거 좀 사줄수도 있지 도대체 뭔 상관.(.....)

    아이 사진을 보니 이번에 큰 일 겪었던 것 이외엔 이제까지 건강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지도 않은 체형이던데 오지랍은 진짜...
  • 풍신 2017/07/10 17:13 #

    앞뒤 상황을 보면 볼 수록 엄마가 거대 프렌차이즈 노린 공갈범 같이 느껴진다는게...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